중국이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심각한 한계에 직면하며 ‘AI 후진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으로 인해 필수 첨단칩 확보가 어려워진 가운데, 베이징은 자립을 주장하면서도 기술 격차를 메우지 못해 공황 상태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이미지=라임저널) 중국, AI 후진국 전락 위기…베이징 ‘공황 상태’ 빠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월 4일자 기사에서 “중국이 AI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중국은 동기와 의지는 있지만 첨단 기술력에서는 이미 미국에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의 차이웨이 체 연구원도 “AI와 같은 범용 기술의 승패는 사회 전반에 얼마나 깊이 확산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중국의 성과는 과장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FT는 특히 “AI 칩 부족이 중국의 최대 병목현상으로 남을 것”이라며 “미국의 수출제한으로 고성능 GPU에 접근하지 못한 연구소들이 암시장을 전전하며 구형 엔비디아 칩을 재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중국의 AI 기업들은 연산 속도와 모델 적용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엔비디아(Nvidia)’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2025년 10월 29일 기준 5조 달러를 돌파하며 AI 산업의 절대 강자로 부상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미국 기술기업 4곳의 AI 인프라 투자 규모만 1,000억 달러를 넘었으며, 이는 모두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GPU 확보에 집중됐다.

반면 중국은 이런 첨단 칩 설계와 생산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2023~2024년까지만 해도 중국은 AI 모델 훈련 분야에서 일정한 성과를 냈으나, 2025년 들어 AI가 ‘추론 능력(Reasoning)’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AI 모델이 인간처럼 생각하고 응답하려면 막대한 연산 자원이 필요한데, 중국의 데이터센터는 이를 감당할 칩 성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중국은 AI 모델 훈련에서는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추론 모델 실행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다”며 “칩 부족으로 인해 데이터센터의 속도가 느려지고 적용률이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2027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가 최대 4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이 첨단칩 수급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향후 2년 안에 미국과의 격차가 치명적으로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AI 칩 시장 90%를 점유한 엔비디아는 최근 삼성·현대·SK그룹에 ‘블랙웰(Blackwell) 칩’ 26만 개를 공급하기로 약속했으며, 일본 TSMC는 구마모토 공장에서 2나노 공정 양산을 준비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대규모 엔비디아 칩 도입을 통해 AI 산업 육성에 나섰고, 유럽의 프랑스·독일도 미스트랄, 도이치텔레콤 등 기업 중심으로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여전히 7나노(7nm)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TSMC의 3나노 및 2나노 기술보다 최소 두 세대 뒤처진 수준이다. 중국의 ‘AI 자립’ 구호는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이전부터 외쳐왔지만, 현실은 아직도 자립 기반조차 구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희토류 수출 제한을 풀 테니 엔비디아 칩 수출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백악관 고위 관리들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젠슨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중국 판매 재개를 요청했지만, 국가안보 우려로 거절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10월 30일 부산 회담에서 엔비디아 칩 관련 논의를 제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로써 베이징이 노리던 ‘AI 반도체 수입 재개’ 목표는 완전히 좌절됐다. 중국의 장기 전략이 ‘기술 자립과 주도권 확보’라 하더라도, 당장 첨단 프로세서 접근이 막히면서 AI 산업 전체가 정체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베이징의 ‘AI 굴기(崛起)’는 현실의 벽 앞에서 멈춰섰다. 미국의 기술봉쇄가 강화되는 한편, 중동과 유럽까지도 미국 기술을 중심으로 AI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어 중국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스스로 주장하는 AI 독립은 구호에 불과하며, 오히려 중동이나 유럽보다 뒤처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AI 수출 통제는 기술전쟁의 종착점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

베이징이 진정한 AI 강국으로 부활하려면, 엔비디아 의존을 넘어서는 독자 칩 기술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료: Financial Times, The Economist, Morgan Stanley, Wall Street Journal, Why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