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시세가 12년 만에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급락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을 ‘조정 국면’으로 평가하며, 장기 상승 추세는 여전히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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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종로본점에 놓인 전시용 골드바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22일(현지시간)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산하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장 대비 5.7% 하락한 온스당 4,109.1달러에 마감됐다. 장중 한때 4,393.6달러까지 올랐으나 이후 급락세로 전환됐다. 이는 2013년 6월 이후 12년 만의 최대 단일일 하락 폭이다.

은(銀) 선물도 동반 하락했다. 12월 인도분 은 선물은 7.2% 내린 온스당 47.7달러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 급등세를 보였던 귀금속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선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의 원인으로 미중 무역협상 낙관론, 차익실현, 인도 증시 휴장 등을 꼽았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호주와 희토류 공급 협정을 체결하면서 미중 협상 기대감이 확산됐다”며 “이로 인해 안전자산 매도세가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와 차익실현 매물, 인도의 금 매수세 약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인도는 최대 힌두교 축제 ‘디왈리’로 시장이 휴장하면서 실물 수요가 감소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지연되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하락세를 부추겼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이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진단한다. 금값은 올해 들어 약 60% 상승하며 강한 랠리를 이어왔고, 장기 상승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은 “최근 미중 갈등이 완화되며 뚜렷한 상승 재료는 없지만, 단기 과열에 따른 조정 구간”이라며 “고점 부담과 저가매수세가 공존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차익실현이 나타나고 있으나, 미 연준의 금리인하 기조와 실질금리 하락이 금과 은의 장기 랠리를 지지할 것”이라며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확대와 통화가치 하락에 대비한 투자수요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이번 급락은 급등에 따른 숨 고르기 단계로 해석된다. 금 가격이 단기적으로 출렁이더라도, 장기적 유동성 랠리와 중앙은행의 매입세가 유지되는 한 상승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자료: Bloomberg, Reuters,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