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권을 사실상 통제하는 장여우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러시아를 전격 방문하며 권력 지형 변화에 대한 해석이 쏠린다. 장여우샤의 방문은 시진핑 주석 일정과 무관하게 진행됐고 러시아 국방부와 군사·안보 현안을 직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라임저널) 모스크바 극비 방문한 장여우샤…시진핑 배제한 독자 행보 드러났다
중국 인민해방군 공식 사이트는 장여우샤가 러시아의 공식 초청을 받아 모스크바에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을 만나 양국 군사·안보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러시아 통신사들도 해·공 합동훈련 확대와 군사기술 협력 심화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양국 군사 교류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고 전했다.
양국은 최근 우주 안보, 미사일 문제, 인공지능 등 세 차례 국장급 협의를 진행했으며 중국은 상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미사일 방어 전략, 글로벌·지역 안보 위협 분석, AI 기술의 군사적 활용 논의 등 민감한 사안들을 협의했다고 밝히며 중국이 러시아와의 군사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논의 대상은 국가 주석급 외교의 전형적 의제라는 점에서 장여우샤의 독자적 협상 주도권이 두드러진다. 중국이 미사일 방어 체계와 AI 군사기술을 논의한 배경에는 미국·일본의 대중 견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러시아와의 협력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로 남았다는 현실이 자리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와 탈동조화 전략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은 대만해협·남중국해 분쟁에도 강경 대응하는 미국과 대치하고 있다. 일본 총리 다카이시는 “대만이 공격받을 경우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히며 중·일 갈등도 고조되는 중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중국이 러시아와 미사일 방어 체계 강화를 논의했다는 점은 대만을 둘러싼 충돌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로 읽힌다.
러시아의 S-400 방어 시스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제한적 성과를 거뒀지만 실전 경험을 축적한 장비다. 중국은 자체 미사일 방어체계의 실효성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러시아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다만 러시아가 기술을 어느 수준까지 제공할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동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2년 전 장여우샤가 모스크바를 찾았을 때는 시진핑의 메시지를 대리로 전달하며 푸틴과 직접 대면했으나 이번에는 시진핑, 푸틴 모두의 이름이 보도에서 사라졌다. 이는 양국 군사협력이 군 수뇌부 중심으로 전환됐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중국 내부의 실권이 군부, 그중에서도 장여우샤에게 집중돼 있음을 드러낸다.
러시아 역시 중국의 권력 지형 변화를 인정한 듯, 시진핑이 아닌 장여우샤를 초청해 핵심 군사 의제를 협의했다. 이는 중·러 군사 관계가 정상 간 신뢰보다 군부 간 실질 협력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이번 모스크바 방문은 중국이 미국·일본 견제 속에서 러시아 의존도를 높이고 있으며, 장여우샤가 군사·안보 분야의 최고 실권자로 부상했음을 확인시킨 사건이다. 이는 중국 내부 권력구조 변화뿐 아니라 향후 중·러 협력 구도와 대만·동아시아 안보 환경에도 중대한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은 단순한 교류 확대를 넘어 전략 체계 재정비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특히 AI·미사일·우주안보 협력은 미래 전쟁 양상과 직결되는 핵심 분야다. 장여우샤의 독자적 외교는 중국 권력구조의 중심이 군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향후 미·중·러 삼각 관계의 긴장도를 더욱 높일 가능성이 크다. 중·러 협력 심화는 미국·일본의 대응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고 이는 대만해협과 동북아 전선에서 새로운 군사적 긴장을 불러올 위험을 안고 있다.
자료: Why Times, 중국 군망, 러시아 통신사, 중국·러시아 외교부 공식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