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0월 수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조치와 긴 추석 연휴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월 대비 3.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와 선박이 수출 호조를 이끌며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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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10월 전체 수출액은 595억7천만달러로 역대 10월 중 가장 많았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25.4% 늘어난 157억3천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DDR5 등 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며 수출액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해양플랜트까지 포함한 선박 수출도 131.2% 급증한 46억9천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자동차(-10.5%), 자동차 부품(-18.9%), 철강(-21.5%) 등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충격을 직격으로 맞으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자동차 수출은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대미 수출은 16.2% 감소한 87억1천만달러로, 2023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는 70.8% 증가했지만 자동차(-35.6%)와 철강(-33%) 등은 급락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발표한 ‘자동차 50% 관세, 철강 30% 관세’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중국 수출은 5.1% 줄어든 115억5천만달러였으며, 아세안(ASEAN) 지역 수출도 6.5% 감소한 94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대만 수출은 HBM 수요 폭증의 영향으로 46.0% 급증하며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부상했다.
10월 수입은 535억2천만달러로 1.5% 감소했고, 무역수지는 60억6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1∼10월 누적 흑자 규모는 564억3천만달러로, 이미 지난해 전체 흑자(518억4천만달러)를 넘어섰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추석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에도 반도체와 선박이 전체 수출을 이끌었다”며 “10월 29일 한미 양국이 관세 협상 세부 사항에 합의함에 따라, 수출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관세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 및 철강 수출의 회복세가 예상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 기조가 단기 완화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며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