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중심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며 시장을 넓히자, 한국 등 제조업 경쟁국이 더 큰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X
한국은행은 27일 발표한 ‘최근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 가속화 현상 평가’ 보고서에서 중국이 미국 관세정책의 충격을 다른 지역 수출 확대를 통해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미국 관세가 완화되더라도 미·중 경쟁 구도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중국의 통관 기준 수출 증가율은 올해 1분기 5.6%에서 2분기 6.1%, 3분기 6.5%로 꾸준히 상승했다. 미국향 수출은 올해 2∼3분기 26%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EU·아세안·아프리카 등 미국 외 지역 수출은 12% 늘었다. 이로 인해 특정 국가 의존도를 의미하는 HHI(허핀달·허쉬만 지수)는 올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X
미국 관세정책 시행 이후 중국 수출국 다변화 추이 (사진=연합뉴스)
한은은 “중국 수출 다변화로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중국산 의존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AI 등 첨단 제조 기술이 결합될 경우 중국 제조업의 글로벌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한국·독일·일본 등 제조업 기반 국가가 더 큰 경쟁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의 수출 전략 변화는 단순한 ‘우회 수출’이 아니라 장기적 시장 확대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도 중국이 신흥국 중심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하면, 한국의 주력 산업도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가 국가 경제 생존 조건인 만큼, 한국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새로운 시장 개척과 기술 혁신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