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플랫폼 네이버가 두나무 인수를 확정하면서 결제·투자·가상자산을 하나로 묶는 통합 금융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27일 양사는 계열 통합을 발표했고, 향후 금융당국·공정위 심사를 거쳐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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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두나무, AI와 웹3로 글로벌 공략…5년간 10조 투자 (사진=연합뉴스)

국내 1위 플랫폼 네이버는 이미 검색, 쇼핑, 콘텐츠, 간편결제를 아우르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더하면서 금융 서비스 확장이 예상된다. 두나무는 국내 최대이자 글로벌 3위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한다.

두 회사의 결합으로 결제부터 투자, 자산관리까지 단일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네이버의 플랫폼 인프라와 두나무의 가상자산 투자자 기반이 맞물린 결과다.

이 변화는 카카오의 서비스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톡 생태계를 기반으로 금융 연결성을 구축해왔지만 네이버·두나무의 통합 규모는 훨씬 크다. 카카오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10.89% 처리 방식에 따라 재무적·전략적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이미 각 플랫폼 생태계가 자리 잡아 단기간 시장 구도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있다.

네이버는 두나무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투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카카오 역시 포털 '다음' 분리를 통해 수익성 구조를 재정비하고 AI 사업에 집중하는 방향이어서 두 회사의 경쟁 구도도 관심 영역이다.

핀테크 시장 전체에서도 경쟁이 더 심해질 전망이다. 결제와 투자를 동시에 제공하는 초대형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기존 송금·투자 기업들의 경쟁도 강화될 수 있다.

과제도 분명하다. 네이버와 두나무는 내년 주주총회 이후 금융당국과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공정위는 플랫폼 지배력이 가상자산과 투자 영역으로 확산되는지, 자사 우대 행위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또 정치권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는 규제를 논의 중이라 향후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네이버파이낸셜 박상진 대표는 “관련 법규를 준수하며 당국과 긴밀하게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확장성에는 기회와 제약이 동시에 존재한다. 네이버는 콘텐츠 플랫폼을 기반으로 글로벌 이용자를 확보 중이고, 두나무도 블록체인 기술 기반 프로젝트를 일부 해외에서 진행해왔다.

다만 국가별 가상자산 규제 차이가 크고 결제·투자 서비스의 해외 확장은 법적 제한이 커 단기 성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업계는 디지털 자산 기반 콘텐츠·결제·금융 서비스가 결합할 경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두나무 오경석 대표는 “한국 기업이 힘을 합쳐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세 회사가 공동 역량을 모아 '팀 코리아'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합병은 국내 플랫폼·금융 시장 구조를 크게 바꾸는 신호탄이다. 규제 변수와 해외 확장 한계가 있지만 두 기업의 결합이 만드는 시너지는 상당하다는 평가가 많다. 통합 금융 생태계 구축이 가속될 경우 국내 디지털 경제 패러다임이 한 단계 더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