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통해 서울 대부분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재지정했지만, 이 중 상당수가 최근 3년간 아파트값이 오히려 하락한 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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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8개 구 집값 하락에도 규제지역 지정…“강남 잡겠다고 서민 눌러” 반발 확산(사진=연합뉴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21개 규제지역 중 도봉구(-5.33%), 금천구(-3.47%), 강북구(-3.21%), 관악구(-1.56%), 구로구(-1.02%), 노원구(-0.98%), 강서구(-0.96%), 중랑구(-0.13%) 등 8곳은 2022년 12월 대비 2년 9개월 동안 집값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들 지역을 다시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었다.

특히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주민들은 “집값이 오르지 않았는데도 강남처럼 규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강남 3구는 수십억씩 올랐을 때 가만히 있다가 이제 서민 지역이 조금 오르려 하자 바로 규제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번 규제지역 지정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무주택자도 70%에서 40%로 낮아지고, 유주택자는 대출이 금지된다. 또한 2주택자는 취득세 8%, 3주택자는 12% 중과가 적용된다. 오는 20일부터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까지 겹치면서 이른바 ‘삼중 규제지역’이 되며, 실거주 의무가 강화돼 갭투자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강북의 한 공인중개사는 “강남권 중심으로 묶을 줄 알았는데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이 됐다”며 “거래가 급격히 얼어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는 같은 기간 각각 29.96%, 23.33%, 20.56% 상승했다. 용산구 역시 14.91% 올랐다.

경기도 역시 규제지역 간 온도차가 극명했다. 이번에 재지정된 12개 지역 중 의왕(-14.93%), 수원 장안(-9.18%)·팔달(-8.72%)·영통(-8.55%)·성남 중원(-8.71%) 등 7곳은 2022년 이후 집값이 하락했다. 반면 과천(19.97%), 성남 분당(13.07%) 등 일부 지역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괄적 규제가 ‘과잉 대응’이라고 지적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상승세를 잡겠다는 명분으로 하락 지역까지 규제한 것은 과도한 조치”라며 “거래 급감은 경기 회복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은 경제 활성화가 국가적 과제인 만큼, 정밀하고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번 대책이 집값 안정에 실효성을 발휘할지, 아니면 거래절벽을 부르는 부작용으로 돌아올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