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하원이 불신임 결정을 내리며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 정부가 9개월 만에 해체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최저 지지율과 함께 사임·탄핵 압박에 직면했다.
X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랑스 하원은 8일(현지시간) 표결에서 574명 중 364명이 불신임에 찬성해 바이루 정부가 공식적으로 붕괴됐다. 극우 국민연합(RN), 극좌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좌파 연합 소속 정당들이 모두 불신임에 힘을 실었다. 일부 공화당(LR) 의원들도 동참했다. 이는 이미 총선 이후 취약해진 여당 세력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결과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조기 총선을 단행했지만, 중도 진영은 다수당 지위를 상실했고 좌우 세력만 커졌다. 이후 임명된 미셸 바르니에 총리와 바이루 총리는 모두 의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불신임으로 물러났다. 특히 바이루 총리는 긴축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다가 더욱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야권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전적으로 마크롱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다. LFI는 9일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하겠다고 공언했다. 녹색당과 사회당 등은 좌파 출신 총리 지명을 요구하며 국민의 표심을 존중하라고 압박했다. 사회당은 이번 정국을 당의 재도약 기회로 삼으려는 분위기다.
극우 RN의 마린 르펜은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촉구했다.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RN은 총선이 실시될 경우 과반 확보 가능성을 계산하고 있다. 르펜은 이를 통해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까지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엘리제궁 성명을 통해 "향후 며칠 내 새 총리를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차기 총리의 성향과 무관하게 정치적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의회의 불안정한 구도와 대중의 불신 속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리더십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정국은 프랑스의 권력 균형이 크게 흔들리는 순간이다. 좌파가 정부 운영을 장악할지, 극우가 총선 국면을 주도할지, 혹은 마크롱이 또 다른 돌파구를 찾을지 향후 선택이 유럽 정치 지형에도 큰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