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전황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쟁·외교·정치 모든 측면에서 러시아가 주도권을 쥔 상황을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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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가안보회의 화상회의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NY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28개 조항의 평화 구상이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라고 전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거센 반발을 반영해 일부 내용을 수정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지는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푸틴 대통령은 21일 국가안보회의 화상회의에서 트럼프 평화안을 “최종 해결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협상 타결에 집착하지 않겠다”며 장기전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그는 “협상이 결렬되면 군사적으로 계속 밀고 나갈 것”이라며 전쟁 지속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미국의 지원 중단 가능성도 있다. 협상 실패 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며, 이는 러시아의 자신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유럽 간 우크라 지원을 둘러싼 갈등 역시 러시아 입장에서는 전략적 이익으로 작용한다.

푸틴의 여유는 러시아 권위주의 체제의 특성과도 연결된다. 유가 하락과 제재로 경제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전쟁에 대한 국내 부담은 우크라이나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다.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정치·군사·외교 전면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트럼프의 평화안 수용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대형 부패 스캔들까지 터지며 젤렌스키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전선 상황도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서방과 러시아의 오래 버티기 대결’로 규정한다. 베를린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소장은 “고통을 견디는 싸움에서 러시아 체제가 강인했다”며 “우크라이나도 잘 버텼지만 자원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푸틴은 장기전을 준비하며 시간을 우군으로 삼는 태도다. 젤렌스키 정부는 외교적 협상과 내부 정치 불안을 동시에 수습해야 하는 복합 위기를 맞았다. 서방의 지원 유지 여부가 향후 전쟁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