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자사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블랙웰(Blackwell)’의 중국 수출과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논의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정부의 수출 불허 조치와 중국의 수입 금지령이 맞물린 가운데, 엔비디아가 사실상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는 상황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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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사진=연합뉴스)

황 CEO는 7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난시에서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와 회의를 위해 기자들과 만나 “현재 중국으로 제품을 출하할 계획이 없다”며 “엔비디아 제품이 중국 시장에 다시 들어가게 될지는 중국의 정책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정책을 변경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황 CEO는 자신이 “AI 경쟁에서 중국이 미국에 승리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그런 뜻이 아니었다”며 “중국은 뛰어난 연구자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전 세계 AI 연구자의 절반이 중국에 있으며, 중국은 오픈소스 AI 모델에서도 매우 활발하다”며 “미국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워싱턴DC 개발자 행사(GTC)에서 “중국 내 AI 칩 매출이 0으로 떨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4월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칩 ‘H20’의 수출을 금지했고, 7월에 제한을 풀었으나 중국이 보안 문제를 이유로 다시 수입을 막았다.
이후 엔비디아는 ‘블랙웰’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중국 수출용 칩 ‘B30’을 개발했지만, 미국 정부가 최근 이를 또다시 수출 불허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첨단 칩은 미국만 가져야 한다”고 언급하며 자국 내 반도체 독점을 강화할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맞서 중국은 국가 자금이 투입되는 새 데이터센터에서 외국산 AI 칩 사용을 금지하는 등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한층 격화되는 양상이다.

한편, 황 CEO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에 대해 “첨단 반도체 생산은 매우 어렵고 수요는 극도로 높다”며 “TSMC와 같은 수준의 제조 역량을 갖추는 것은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올해 네 번째로 대만을 찾은 그는 “사업이 호조를 보여 TSMC 파트너들을 격려하러 왔다”며 하루 반 동안 현지에 머물며 TSMC 체육대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I 반도체 수출을 둘러싼 미·중 간 대립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AI 산업의 공급망 재편과 기술 자립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