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최신 AI 챗봇 ‘제미나이3’를 공개하며 글로벌 AI 경쟁 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성능 논란으로 주춤했던 구글이 최근 전방위적으로 속도를 높이며 “잠자던 거인이 깨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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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로고 (사진=연합뉴스)

제미나이3는 추론 능력과 코딩 품질에서 오픈AI의 ‘챗GPT 5.1’보다 낫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불안정했던 ‘바드’ 시절과 비교하면 성능 향상 폭이 크다는 점에서 구글이 AI 경쟁력 회복 국면에 본격 진입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미지 생성 도구 ‘나노 바나나’ 역시 현실감 높은 이미지 구현으로 이용자 확산세가 가파르다.

구글은 AI 칩 시장에서도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메타가 구글의 AI 칩인 TPU를 수십억달러 규모로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데다, 엔스로픽과도 대형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TPU는 그동안 엔비디아 GPU에 밀려 존재감이 적었지만, ‘메타 도입’이 현실화되면 성능 입증과 시장 재평가가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알파벳의 주가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이달 들어 15% 오르며 4조달러 시가총액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 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간 알파벳 주식을 약 8천200억원 규모로 순매수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구글이 AI 경쟁에서 강점을 가진 이유는 데이터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과 유튜브를 기반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자체 확보할 수 있고, 스마트폰·자율주행 등 현실 기반 데이터 수집도 가능하다. 클라우드와 반도체 설계까지 갖춘 점도 오픈AI 등 경쟁사와 구별되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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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사진=연합뉴스)

구글은 과거 트랜스포머 기술을 개발하고도 검색 사업 잠식 우려로 범용 AI 출시 타이밍을 놓쳐 오픈AI에 주도권을 내줬다. 하지만 제미나이 시리즈의 성능 개선과 AI 칩 사업 확대로 다시 경쟁구도 중심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투자 과열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구글의 약진은 ‘AI 거품론’에 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기술·데이터·인프라를 모두 가진 기업이 실제 성과를 입증할 경우 시장 전체의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미국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구글을 두고 “가장 탄탄한 체력을 가진 빅테크”라며 “AI 경쟁에서 약한 고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